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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정수리를 강타하던 햇빛에 굴복하고 시원한 그늘을 찾아 헤매던 시간이 어제의 일이 되었다. 뜨겁던 햇빛은 순한 양으로 변해 부드럽고 따스한 기운이 창문을 넘어 방안 깊숙이 온기를 전한다.
가을 한가운데 전주정원문화센터(전북 전주 완산구)가 문을 열었다. 지난 10월 11일 개관한 지상 2층 규모의 전주정원문화센터는 1층의 강의실과 사무실, 아열대 식물원과 식물 병원이 자리하고, 2층은 실습실과 정원도서관, 정원 쉼터를 갖춘 오감 만족의 문화 공간이다.
1·2층을 통합한 아열대 식물원에는 코코넛 야자, 워싱턴 야자, 여우 꼬리 야자 등 10가지가 넘는 야자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올리브 나무, 판다 고무나무, 레몬 나무, 파파야 등을 포함해 이름도 생소한 각종 식물이 저마다 모습을 뽐낸다.
키 높이가 서로 다른 식물 군상이 자리하고 흰색과 노란색, 붉은색과 초록색 등으로 물들인 다양한 모양의 식물이 탐스럽게 자라고 있다. 아열대 식물원은 인위적인 힘이 가해진 공간이지만 서로 다른 식물이 아름답고 조화롭게 공존하여 방문객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강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자동 장치로 연결된 환풍기는 정해진 시간에 따라 돌고 서기를 반복하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온풍기 역시 뜨거운 바람을 지속해서 불어 넣는다. 많은 사람이 식물원의 최적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별로 온도와 습도를 점검하고 식물에 생명수를 공급하느라 쉴 틈 없이 바쁘다.
식물의 건강한 발육과 강한 생명을 불어넣어 줄 식물 병원이 있고, 수반, 모종삽, 장갑 등 다양한 정원 용품이 놓여 있는 전시장은 방문객을 기다린다.
식물원 한쪽에 자리 잡은 수벽에는 가로로 굴곡진 홈에 따라 흘러내리는 물이 다양한 소리를 들려준다. 무심한 듯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변화무상한 저마다의 삶은 어떤 틈과 굴곡이 지고 소리로 채워질까? 궁금해진다.
2층에는 실습실과 정원도서관이 있다. 정원 문화센터는 시민의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전문적 교육도 하고 있다. 놀이 정원사 양성 교육은 10월 중순부터 시작하여 12월 초까지 교육 예정이며, 12월 중에는 노인 정원사와 청소년 정원사 그리고 꼬마 정원사 프로그램이 시민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6개의 코너로 나누어진 정원도서관은 식물 관련 도서 700여 권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은 어린이를 위한 책장으로 책을 통해 아이가 성장하는 소망을 담고 있고, '도움'은 도감과 전문 서적이 자리한다. '배움'은 식물, 생태, 환경 등 자연을 통해 함께 배우는 공간이며, '채움'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의 수필로 채워졌다. '세움'은 정원 가꾸기, 텃밭 조경 등 자연에 대한 배움의 장이고, '키움'은 식물에 대한 감성을 키우는 공간이다. 정원도서관은 책과 더불어 다양한 식물도 배치해 기존의 도서관과 다른 신선함과 생명력을 체감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정원 문화센터는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개관하며 평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토·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정원 문화센터에는 새로운 장소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로 많은 방문객이 방문한다.
멋진 외관과 정원 쉼터, 잘 꾸며진 실내 공간으로 방문객 중 일부는 "혹시 차를 팔지는 않나요?"라며 카페로 착각하기도 한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오랜 시간 동안 머물다 가기도 하고, 어린아이와 부모가 함께 방문하여 책을 읽는 보기 좋은 풍경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전주정원문화센터 야경 https://omn.kr/26cv6